Travel/Europe - Moldova

[나 혼자 지구 한 바퀴] 29.11.2017 키시나오, 몰도바의 수도를 걸어서 다녀보자. 그리고 공연 구경~!

김 정 환 2020. 12. 2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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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피곤했기 때문에 하지 못한 도시 투어를 해보기로 했다.

어제는 정신 없어서 찍지 못한 카운터를 찍어보았다. 잘 보시면 한국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유독 한국 그림이랑 한국 글씨가 크게 보인다. 남산, 태극기, 63빌딩, 한복, 그리고 심지어 수렵도에 나오는 고구려 병사도 보인다... 주인이 그린 건 아니고 손님중에 누가 그리고 갔다고 한다. 한 번 만나보고 싶다. 엄청... 잘 그리셨네요.

 

어제 크리스티나가 준 지도를 따라서 천천히 도시를 걸어보기로 했다. 도시라기 보다는... 시내? 로타리? 현재 내가 가고 있는 곳은 수도 키시나우 쪽에서 가장 큰 공원이었다. 불가리에서 부터 쭉 느껴온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다. 사진을 보고 있으면 느껴지는 회색 빛의... 탁함...

키시나우의 개선문이다(triumphal arch). 러시아 제국이 오스만 제국을 승리(1828~29)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1840년 I. Zauschevic에 의해서 세우졌다. 이 문 바로 뒤에 보이는 것이 정부 건물이다. 정부청사라고 할까. 개선문 중앙에 커다란 국기가 걸려있다.

아! 그리고 기차로 나라를 이동할 수 있다고 해서 기차역으로도 가보았다. 이렇게 텅빈 기차역은 또 처음이었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왼쪽 오른쪽으로 나뉜다. 오른쪽으로 가면 매표를 할 수 있고, 왼쪽으로 가면 플랫폼으로 갈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왼쪽으로 간 곳이다. 타는 사람들 정말 없다... 이 역 운행은 하는 건지...

대충 아무 나라로 가는 가격을 알아보았다. 그런데 비교해 보니 버스 보다 3배에서 5배는 비쌌다. 1MDL 당 70원 정도 하니, 2등석은 7만원 3등석은 5만원이다. 가는 것도 하루에 2개 아니면 하나이다. 가는 곳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헝가리, 루마니아 등으로 붙어 있는 나라는 다 가는 것 같다.

내친김에 북쪽 버스 터미널도 가보았다. 날씨가 회색이어서 그런지 그리고 겨울이어서 더 그런지 우리나라 80~90년대 느낌이 나는 걸까? (필자는 잘 모르지만 영화에서 많이 보았다고 한다...)

아래 버스표는 이곳에서 알아본 가격이다. 센트럴 버스터미널에서 알아본 가격과 똑같았다. 가격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와본 이유는 이상하게도 가끔씩 터미널 마다 가격이 다른 경우가 있었다. 물론 얼마 하지 않았지만, (해봐야 2천원~4천원) 그런 돈도 아끼고 싶어서 한 번 와봤다. 아 혹시나 이곳으로 먼저 도착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꿀팁 드리겠습니다.

### 꿀팁 : 이곳에 왔는데, 현지 돈이 없다?!?!! -----> 이곳 버스 정류장에 들어가면 매표를 하는 직원들이 있다. 그 직원들이 가끔씩 환전을 해준다!!! 주변 국가 돈이면 다 받는 걸로 알고 있다. 저는 환전할 일이 생겨서 했는데, 아줌마가 현재 환률로 해서 바로 계산해 주었다.

 

그래서 여기서 버스 티켓을 끊었다. 하나 웃긴 이야기를 하자면, 버스표를 끊기 전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뒤에서 한 사내가 어깨를 두드렸다. 대충 간단한 small talk를 하고 사내가 충고를 해주었다.

사내: 자내, 조심하도록 이곳은 몰도바야. 여행자들한테 돈을 훔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조심하라고!

본인: 아직 그런 일은 없었어. 그리고 다 착해보이던데?

사내: 착한 사람들도 있지. 그런데 훔치는 도둑들도 많으니까 조심해!

본인: (너가 그런거 아니고?) 알았어 고마워

하고 터미널을 빠져나왔다. 괜히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더 불안하게 된다. 어서 호스텔로 도망치자! 후다닥!!!

음... 가는 도중에 아래와 같은 공연 안내판을 보았다. 여기 처음 왔을 때, 빨강, 파랑, 노랑색으로 비춰지던 극장이 있었다. 거기서 공연을 한다는 것이다. 바로 오늘 밤 6시 30분에. 실은 내가 보고 싶은 공연은 내일 했지만, 이미 차표를 끊었기 때문에 오늘 하는 공연을 보기로 했다. 뭐라고 쓰여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들어가 보자.

여기서 아주 귀여운 일이 있었다. 매표소 아주머니께서 루마니어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셨다. 좌석을 보여주는 전광판이 있어서 대강 고르고 어떻게 되어가고 있었는데, 옆에서 수 많은 소녀, 소년들이 공연을 마치고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 중에 당돌한 소녀가 나에게 말을 건내 왔다.

소녀: 저기요. 뭐하세요?

본인: 지금 표를 구매하고 있는데, 아주머니께서 영어를 잘 하지 못하셔서 힘들어.

소녀: 제가 도와줄께요. 어떤 거 보고 싶으세요?

본인: 밖에 여러가지 있던데 오늘 하는 건 뭐가 있어?

... 밖에 나간 뒤

소녀: 오늘은 저거 하나 뿐이에요.

본인: 그렇구나. 그러면 예매하는 거 도와줄 수 있겠니?

소녀: 그럼요!

... 예매를 도와줌

본인: 고마워! 그런데 너 영어 잘하는구나 몇 살이니?

소녀: 9살이요.

본인: (9살인데 이렇게 영어를 잘해? 무슨 교육을 받은 거야?) 그런데 저 뒤에는 친구들이니?

소녀: 네. 친구들이에요. 친구들도 영어 잘해요!

본인: (우리나라 보다 경제가 좋지 못하지만 영어 교육은 잘 되어 있는 건가...) 이야~ 대단하다! 아무튼 고마워!

소녀: 별말씀을요! 안녕히 가세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애들 러시아어, 루마니아어, 영어까지 했다. 나도 내 자식들에게 시험 영어 말고 실용 언어 습득 방법을 가르치고 싶다.

자! 그래서 오늘 저녁에 아래 공연을 보기로 했다! 기대되는 군! 외국에서 처음 보는 공연이라니 두근두근~!

아참! 가격은 5천원 이었다.

아직 시간이 1시간 정도 남아서 저녁 식사를 하고 가기로 했다. 마트에 들렸는데... 아니 이 맥주는... 2리터에 1400원? 득템이야... 그리고 맥주향이 너무 좋았다. 맥주가 풍미있고 맛이 있었다. 그래서 3병을 구매~ 오늘 저녁에 아주 마셔볼까~~~

그리고 하나 정말~ 아쉬운 일이 있었다. 계산을 하려고 서 있는데, 딱 봐도 한국인 아저씨 2명이 있었다. 나는 그냥 뒤에서 가만히 있었다. 나의 머리가 특이해서 나는 요즘 한국인 아닌 척하고 다니기가 취미 아닌 것이 취미 같았다. 그러다가 딱 나를 보더니 영어로 어디서 왔나고 물어봤다.

아저씨: Where did you come from?

본인: I'm from Korea

아저씨: 한국 사람이에요?

본인: 네, 한쿸사람 입니다.

아저씨: 반갑네요 허허 여행 하시나봐요?

본인: 네네네 곳곳을 여행하고 있어요. 아저씨들은 뭐하세요?

아저씨: 우리는 이곳에서 일하는 기술자들 입니다. 나라를 위해서 외화 벌이를 하고 있어요.

본인: 오~ 대단하세요.

아저씨: 혹시, 저녁에 시간이 되면, 우리 숙소에서 자고 갈래요? 김치랑 삼겹살 그리고 한국음식 많은데.

... 고민하는 정환씨... 그 이유는 바로 극장을 예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일 떠나야 했기에...

본인: 저 잠시만 고민해 볼께요... 극장을 예매해서...

... 잠시 뒤...

본인: 아저씨, 저 못 갈 것 같아요 ㅠㅠ 정말 아쉬운 기회인데, 극장 예매를 했고 내일 떠나야 해서요 ㅠㅠ

아저씨: 저희도 아쉽네요. 그럼 여행 잘하시고 조심히 다니세요~

아... 김치...

대충 저녁을 먹고 극장으로 달려갔다. 가는 도중에 앞에서 누가 나를 불러서 당황했다. 알고 보니 크리스티나. 그런데 첫 마디가 웃겼다. ㅋㅋㅋ

크리스티나: 나 너가 누구인지 알 것 같은데~~

본인: 어! 크리스티나 여기서 뭐해?

크리스티나: 나 친구랑 놀러가는 중. 너는 뭐해?

본인: 나 공연 보러가. 신나는 중이지 ㅋㅋㅋ

크리스티나: 그래? 흠... 혹시 내일 놀래? 오늘은 바뻐서

본인: 아... 나 내일 떠나...

크리스티나: 아쉽네. 그럼 공연 잘봐~ 내일 호스텔에 있을테니 보자

본인: 그래~ (오늘 왜 이렇게 아쉬운 날이냐... 젠장...)

자~ 공연장으로 입장~

공연복들과 배우들 사진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ㅎㅎㅎ 대형 전신 거울이 있어서 현재의 나를 담아보았다. 음 나름 괜찮게 입었다. (자화자찬 ㅋㅋㅋㅋ)

안내인들 따라서 공연장으로 ㄱㄱ~

그리고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외국인은 나 혼자! 모두다 현지인! 그런데 이상하게 안 본다. 괜히 나만 걱정했다.

딱 들어가니 뭔가 허접했다. 이 극장에는 여러가지 극장이 있었는데, 이번 공연은 4명이서 연기를 하기 때문에 소극장에서 진행되었다. 대학로에서 작게 공연하는 그런 것과 비슷했다. 표에 좌석표가 있어서 영화관 처럼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긴~ 나무 의자였다.

약 1시간 정도 진행된 공연이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정말 하나도 못 알아 들었다 ㅋㅋㅋㅋㅋㅋ 루마니아어를 내가 어찌 알겠는가. 그래도 억약에서 전해지는,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행위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3명의 사람들이 난파선에서 살아 남는 이야기이다. 나머지 1명은 중간 중간 등장해서 구조원 같은 다른 것을 했는데 금방 금방 사라졌다, 구하지도 않고. 서로 죽일려고 하고 바다에 던질려고 하고. 마지막에는 4명 중 가장 남자가 배의 돛대 위로 올라가 뭐라고 크게 소리 지르고 공연이 끝났다. 얼마나 크고 많이 불렀는지 지금도 기억이 난다.

"리벨따따 를따따!!! 리벨따따 를따다!!!"

"도크만 쎄야!!! 도크만 쎄야!!!"

나중에 크리스티나에게 물어보니 웃으면서

크리스티나: 뭐라고? ㅋㅋㅋ 아 웃겨. 너 발음이 이상해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자유를!" 이라고 말한 걸꺼야. 나머지는 모르겠다.

이때는 알았는데 지금 다시 쓰려니까 기억이 안 난다. 뭐가 자유를! 이라는 지도 모르겠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느낌상으로 독재? 억압? 으로 부터 자유를! 이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정말 예의를 지키면서 공연을 보고 있어서 내가 함부로 카메라를 꺼내서 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 나만 불빛이 나면... 그리고 공연하시는 분들에게도 민폐일 것 같아서였다. 그래도 인생 첫 외국 공연이라서 간직하고 싶었다. 카메라의 모든 불을 다 끄고 짧은 시간만 촬영을 해보았다.

 

 

크... 작품성을 평가하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외국에서 처음으로 공연을 보았다는 경험이 너무 새로워서 기뻤다.

정말 기뻤다~ ㅎㅎㅎ 이렇게 오늘 하루를 마치고 호스텔로 돌아왔다.

호스텔의 책상에 앉아 밀린 여행 포스팅을 하기 위해서 컴퓨터를 켜고 옆에 2리터 3병의 맥주를 놓았다. 그렇게 한 병... 한 병... 한.......

 

 

21.20.2020에 다시 보는 소감

 

내일 가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였던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별거 없었다. 왜냐하면 나의 생일도 나 혼자 보냈으니 말이다. 차라리 몰도바에서 며칠 더 있으면, 한국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직업에 대한 정보도 얻고, 크리스티나랑 놀면서 친해졌으면 어땠을까? 나는 한국에 귀국 후 후회할 순간을 남기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지금도 후회를 하는 순간은 없다. 그러나 귀국 전에는 몇 가지 후회되는 순간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이 때이다. 어쩌면 내가 여행을 시작했던 2가지 이유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었다. 꿈을 찾기 위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즐겁게 놀기. 흠... 지나간 시간 속에 그 때의 나. 그래 그 때의 나는 잘했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이후에 나에게 다가온다면 그때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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