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Macquarie University

[Macquarie University에서의 생활 0일] 출국 2편

김 정 환 2020. 3. 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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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어떻게 쓰는 지 몰라서 한참 헤맸다. 아직 나에게 블로그는 어색하다.

 

딱딱딱딱.... 나는 발을 계속 굴렀다.

"네. 네. 네. 네. 그렇게 해주세요. 네. 네. 네"

"빨리 빨리 빨리 연결되라 제발... 아 됐다. 네. 무슨 문제 있나요? 네?!"

"아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후~~~! 다행이다. 이제 한국에서 할 껀 다했네..."

이렇게 나 조용히 혼자 원맨쇼를 하고 있을 동안, 옆에 여자분은 나를 이상하게 보고 있었다. 갑자기 부끄럽고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너무 시끄럽고 불편하게 한 건 아닌지...

 

사건은 마무리 되고 나는 편안하게 책을 읽기 위해서 논어와 포스트잇 그리고 볼펜 한 자루를 꺼냈다. 글 하나를 읽고 공자의 생각을 나의 생각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공감할 것은 공감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포스트잇에 그 과정을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나의 생각을 적었다. 그렇게 집중하고 있는데, 옆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곁눈으로 살짝 보니 아까 그 여자가 내 책을 보고 있었다. 물론 논어를 읽는 사람을 나도 한 번도 본적 없어서 신기하게 쳐다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2시간 쯤 지나니 지루해져서 말이라도 걸어보았다.

 

"안녕하세요? 말레이시아 여행가시나봐요?"

"어... 안녕하세요. 네. 말레이시아로 여행가요?"

"혼자 가세요?"

"아뇨. 친구랑 같이 가요."

"그럼 옆에 분이...?"

"아뇨. 친구는 저기 앞에 앉아 있어요."

"보통 같이 앉아서 가지 않나요?"

"저희가 예약을 서로 다르게 해서요."

 

-정적-

 

공통 분모를 찾아 이어가기에 실패했을 때 느껴지는 정적... 처음에는 견디기 불편했으나 이제는 많이 겪어서 불편하지는 않았다. 불편함 보다는 설렘의 또 다른 모습이랄까? 여튼 이어가기에 실패한 나는 책을 다시 읽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걸고 또 실패해서 다시 책을 읽고 다시 말 걸고 책 읽고... 3번은 반복했다. 그러고 든 생각이 '나 싫어하나...?' 6시쯤 되어서 기내식이 나왔다. 비싼 호주물가의 공격을 한 번 피하기 위해서 여기서 배를 든든이 채우기로 했다. 한 숟가락을 뜨고나서 내려놨다... 아... 이 그윽한 향신료는 나에게 참으로 맞지 않는구나... 그래도 꾸역꾸역 먹었다. (눈물 ㅠㅠ) 다 먹고 옆을 보니 여자가 꾸벅꾸벅 자고 있었다. 그때 자세히 보니 한참 어린 소녀로 보였다. 흠... 21살 정도? 고운피부에 비친 햇살은 피부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고 머릿결에 스치는 햇살은 그녀를 몽환적으로 만들었다. 흠... 귀엽구만. 그리고 다시 책을 읽었다.

 

7시쯤 되어서 소녀는 더 이상 잠을 청하지 않았다. 그냥 멀뚱멀뚱 있거나 인터넷 안되는 핸드폰을 만지막 하거나 내 책을 쳐다봤다. 지금이 기회였다. 아까는 비행기 초반이었고 졸렸다고 친다고 하고 지금그녀의 눈은 또랑또랑 하고 가장 심심해 보였다.

 

"몇 살이세요? 굉장히 어려보이는데?"

"저요? 20살이요."

"오 그럼 이제 갖 수능을 마친 학생이시네요. 축하드려요."

"예... 뭐..."

"저는 몇 살로 보이세요?"

"20살 중반?"

"정확하게요."

"25살?"

"땡."

"24살?"

"정답입니다. 하하"

 

(중략)

 

"무슨 과 지원하셧어요?"

"중국어 과요."

"오~ 니하오~ 하하."

(웃음웃음)

"저는 학생을 가르치는 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무슨 과 같아요?"

"국어교육과요?"

"아 이 책 때문에 그렇구나. 이 책과는 별개로 과학교육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인문학을 좋아해서 취미로 읽고 있어요."

"아... 네..."

 

처음 서로 주고 받는 대화가 잘 안 되었지만, 차차 그녀도 나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는 것 같았다. 책 이야기를 시작으로 영화, 애니메이션, 학교, 현재 대한민국의 시국 등 쭉쭉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약 30분 후에 도착한다고 방송 안내가 나왔다. 나는 이 소녀와의 7시간을 기록으로 간직하고 싶었다. 사람과의 특별한 만남은 참으로 기이하고 설레기 때문이다. 이 소녀가 2번째였다. (1번째 분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글을 쓰겠다.) 그녀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혹시 이름 알려줄 수 있나요?"

"왜요? 뭐할려고?"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나에게 반말을 섞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ㅋㅋㅋㅋ)

"기록할려고 소중하잖아요. 저는 이런 소중한 만남 기록하거든요. 예전 꺼 보여드릴까요? 자 보세요."

"......"

"이제 알려줄 수 있나요?"

"싫어요."

"와~ 너무하네! 그럼 성만이라도... ㅠㅠ"

"최요."

"에이 그냥 다 알려줘요. 이렇게 이야기 재미있게 하고 이러기 있어요? 좋아요. 그럼 스무고개로 내가 맞출께요. 이러면 어떄요?"

"싫어요."

"와! 그럼 열고개! 이 정도면 못 맞추지" (실은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야기 도중에 잠깐 그녀의 이름을 들어서 자음 정도는 느낌이 어느 정도 왔다.)

"흠... 좋아요. 해봐요."

"가운데 자음이...ㄷ?"

"정답. 이거 잠깐만. 아까 성 알려준 거 하나 한 걸로 해요!"

"노노 안되요. 그건 열고개 약속하기 전 이라서 안되욥."

 

(중략)

"ㅋㅋㅋ 최다민!"

"와... 맞췄어요."

"예스!"

"에이 이거 불공평 해! 아까 성이랑 이름 특이하다는 힌트 괜히 알려줬어!"

 

그렇게 소녀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호주에 도착해서 에피소드를 기록하기로 했다. 이렇게 이름을 맞추는 동안 어느 순가 착륙의 순간이 다가왔다. 비행기에 불이 꺼지고 밖에 야경이 보였다. 뭔가 7시간 동안 같이 옆에 앉아서 이야기해서 정이라도 생긴 것인가. 이제 헤어질려고 하니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하나 물어보기로 했다.

 

"저기요. 하나 물어볼게 있는데요. 제가 이렇게 말 걸고 한 거 싫었나요? 처음에 말 걸때 굉장히 귀찮아 하고 반응도 하나도 없으시길래... 짜증나게 해드린 건 아닌지 궁금해서요."

"아뇨. 그런건 없었어요. 그냥 이륙할 때 혼자 뭔가 바쁘게 하시는 거 신기했고, 이륙 후에는 졸려서 반응을 잘 못했던 거였어요."

"다행이네요. 덕분에 7시간 동안 비행기에서 지루하지 않았어요. 고마워요."

"아뇨. 뭐 저도요."

"친구랑 말레이시아 여행 잘 다녀가요. 행운을 빌어요."

 

그리고 우리는 비행기 안에서 헤어졌다. 

 

나는 해동형님을 찾을려고 쏜살같이 달렸다. 도대체 어딜 가신건지... 환승 처음하는데 ㅠㅠ 이러다 미아 되는 건 아닌지... ㅠㅠ 다행이도 환승 체크인에서 만났고 아니 찾았고 같이 갈 수 있었다. 우리는 배가 고파서 상점(?)에서 빵과 샌드위치를 각자 사서 맛있게 먹었다. 다음 비행기 까지 1시간 정도 남아서 해동형님이랑 워킹홀리데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형님은 이번에 어떻게 가시는 거예요?"

"학생비자 받아서 배우러 가. 너는 처음이지?"

"네... 처음이라서 조금 걱정이에요. 집은 구할 수 있을지. 직업은 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여러 가지로요."

"가면 다 해결 돼~ 지금 이렇게 걱정해봐야 되는 거 없고, 거기 가서 잘하면 다 되게 되어있어."

"참으로 맞는 말이네요... 그래도 걱정입니다. ㅋㅋㅋㅋ"

 

비행기가 도착했고 우리는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또 서로 멀리 떨어져서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내 옆자리에 여성 분이 한 명 앉아있었다. 처음에 일본 여성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앞에 꽂힌 책을 보고 디자인와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있으신 한국의 어느 여학생이시구나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 계속 눈을 감고 주무시길래 말을 걸 수 없었는데, 나중에는 똘망똘망 해지셔서 말을 걸었다. 아까와 같은 만남을 기대하며 말이다. 그런데 예상보다 쉽지 않았다... 뭔가 한국인을 경계하는 느낌? 이랄까? 퍼스를 가시기에 커뮤니티 사이트나 카페 아시고 가시는 거냐고 물어보았는데. "왜요? 알고 싶지 않은데요?" ... 새벽 1시를 넘긴 야간 비행기라서 조금 예민해 지셨는데 내가 실례를 범한 것 같아서 죄송했다. 그리고 나도 조금 피곤해서 그냥 잤다. 처음으로 새벽에 비행기 안에서 자는 것이었는데, 완전 불편해서 죽을 것 같았다. 허벅지와 엉덩이에 피가 안 통하고, 반팔티만 입어서 춥고... 그렇게 꿈틀꿈틀 계속 하다가 어느 순간 잠에 빠졌다. 그런데 눈을 뜨는 순간 깜짝 놀랐다.

 

다음 편에 계속

 

(밀려서 쓸려고 하니 약간의 상상력이 추가 되었다. 다시 읽어 봤는데 90% 이상은 사실이다. 나머지 10%는... 솔직히 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ㅎㅎㅎ 나의 여행 일기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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