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Macquarie University

[Macquarie University에서의 생활 1일] Perth에서의 하루

김 정 환 2020. 3. 2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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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1월 18일

오늘 할일은 내일로 미루지 말자... 밀려서 한 번에 쓸려고 참으로 힘들다.

 

꿈틀꿈틀 계속 하다가 어느 순간 잠에 빠졌다. 그런데 눈을 뜨는 순간 깜짝 놀랐다. 방송으로 Perth에 도착했다는 안내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디어!!! 내가 호주 땅에 발을 딛을 순간 다가온 것이었다. 비행기의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또 해동형님 찾기 위해서 뛰었다. 어찌나 빠르시던지 비행기 문에서 바로 옆에 보였던 분이 통로에서는 분홍색 모자가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도 baggage를 찾는 곳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어느 정도 같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과 다르게 짐도 형님을 닮아서 인가 엄청 빠르게 나왔다. 뒤에 사람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형님은 먼저 줄을 서셨다. 나는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기다렸다. 다행이도 10명 정도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짐 검사를 받았다. 나는 마약견을 통한 가방 검사는 처음 받아왔다. 분명히 내 가방은 깨끗한데 왠지모를 불안감. 혹시 이 마약견이 배고픈 상태인데 내 가방에 있는 도너츠 냄새를 맡고 이거 달라고 짖으면 어떻게 되는건가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 다행이... 아니 당연히 통화했다. 입구를 통해 나가니 형님은 이미 없었다. 태우로 오는 사람이 있어서 바로 간 것 같았다. 그래서 카톡으로 우리는 서로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이 곳에 도착한 시각은 약 7a.m. 다음 비행기 시간은 10p.m. 나는 공항 주변에 볼 것이나 공항이 넓어서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낼려고 했다. 그런데 공항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공항도 작았다. (작은 이유 가 있었다. 내가 이유를 생각하지 않은 것 때문에 나중에 엄청한 일을 일으킬 뻔 했다.) 형님이 알려주신 정보에 의하면 공항에서 perth city로 왕복을 하면 10만원이 깨진다고 한다... 와 엄청난 물가에 다시 한 번 후덜덜했다. 그래서 그냥 주변 돌아다니다가 핸드폰 만지작 하다가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일단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런 미친 날씨!!!! 너무 좋은 거 아닌가!!!! 

 

 

 

그렇게 20kg 케리어와 배낭을 메고 따가운 햇살을 맞으며 공항 주변을

돌아다녔다. 날씨는 정말 환상이었다. 하늘은 드높고 시야는 트였으며 바람은 시원했다. 걷다보니 무슨 cabinet이 나왔다. 아 이게 여기 오기 전에 검색했던 가방을 보관하는cabinet이었다. 가격을 보았다. (가격이 우선이다!) 짧게 몇 시간이 아니라 하루에 24$? 2만2천원이 넘어? 돌아가자... 2만 2천원에 시티까지 나갔다 돌아오는 비용, 그리고 점심 값까지 하면 여기서 10만원 가볍게 쓸 것 같았다. 어차피 시드니 가면 많이 할꺼 공항에서 쉬기로 했다. 마침 몇 명의 호주인들이 눞기 좋게 (진짜 침대 처럼 폭신하고 머리 대라고 끝이 올라가 있었다.)되어 있는 쇼파(?)에 자고 있었다. 나도 했다. 완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왠지 찝찝하게 가방이랑 케리어가 신경쓰여서 그냥 핸드폰 만지작 만지작 했다. 그렇게 2시간이 흘러 지루해졌다. 그러다가 Hello talk이라는 어플로 만나 여자가 나의 상태를 듣고, 지금 빨리 공항을 뛰쳐나오라 talk을 보내는 것이었다. 이쯤에서 나는 돈 문제도 있고 피곤했다. 그런데 Noveena라는 친구가 명언을 나게 날려서 정신을 차리게 하는 것이 아닌가. "너가 지금 교통비, 식비가 너무 비싸서 공항에 그냥 있다고? 쓰는 비용이 비쌀테지만 너는 대신에 자유를 사게 되는거야!"

 

 

자유를 산다...라... 그렇게 나는 자유를 사기로 결심했다. 애초에 나는 학교라는 것에 갖혀있는 것 같았고 그게 너무 지쳐서 잠시 떠난 것이었다. 자유를 위해서 일단 케리어를 집어 넣기로 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하루에 12$였다. 아까 전에는 내가 잘못 본 것이었다. 기분 좋았당~. 그리고 정류장으로 몸을 옮겼다. 목적지는 Noveena가 추천해준 Kings park라는 장소였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잘 몰라서 같이 서서 기다리는 외국인에게 길을 물었다. 그러더니 자기도 이 버스를 탄다며, 같이 타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같은 자리에 앉았다. 나는 한국처럼 버스에서 역에 대한 정보가 방송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냥 획획 지나치는 것이었다. 당황해서 Googlemaps를 켜고 GPS기능을 이용하여 나의 위치를 추적했다. 이 모습을 보고 딱해보였는지, 옆에 앉은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물어본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도 googlemaps를 통해서 같이 알아보았다. 그리고 자신이 내리라는 곳에서 같이 내리자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 버스를 타고 갈 Kings Park를 갈 수 있다고 했다. 다음 버스가 오는 동안 옆에 앉았던 친구의 친구와 나, 이렇게 3명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친구들은 멀리서 광산 일을 하고 2주인가 한 달만에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힘드냐고 물어보니 정해진 시간이 있고 편의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최고의 직업이라고 했다. 옆에 앉았던 친구는 22로 나보다 적었고, 한 명은 자신은 나이가 too much 하다며 비밀로 하였다. 그리고 티켓에 대한 꿀Tip을 알려주었다. 한 번 구입한 티켓은 정해진 시간 동안에 한 번 더 무료로 어디든지 탈 수 있다고 했다. 아싸~ 돈 걱정 줄었다! 그렇게 친구들과 Goodbye를 하고 버스에 몸을 싣었다. 버스에서는 어느 할머니와 손자들의 도움으로 정확하게 Kings Park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참으로 살기 좋은 Perth인 것 같았다. 버스 탈 때도 승객과 기사는 서로 인사하고 승객은 내릴 때 고맙다고 한다. 이야~ 엄지척!

 

이게 말로 만 듣던 외국의 공원이란 말인가? 정말로 아무 그늘진 잔디에 누워서 책을 읽거나 돗자리를 펴고 샌드위치 같은 것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가족단위로 많이 이야기 나누면서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운동하는 사람, 조깅하는 사람,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 나누는 어르신들, 혼자 무엇을 하는 사람 등 정말로 자유롭고 평화롭고 대단하고... 그냥 너무 좋았다. 정말로 좋았다.

 

 굉장히 다들 행복해 보였다. 심지어 지나가는 까마귀와 새들도 행복하게 날고 있었다. 공원을 즐기기 전에 말레이시아에서 배불러 다 못 먹은 쌀도넛츠를 가방에서 꺼내어 벤치에 앉아 먹었다. 다 눌려서 이게 빵인지 피자인지 구별이 안 되었지만, 아까 식당에서 가격을 보고 놀라서 그냥 먹기로 했다. 이제 공원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처음으로 바오밥 나무도 보고 멋쟁이 형님들도 보고 예쁜 미녀분들도 보고 상큼한 공기도 마시면서 기분 좋게 걸었다. 걷다가 너무 공원이 크다는 것을 깨닫고 그냥 분수 근처 나무그늘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사람들 모두 그냥 잔디에 누워서 자길래 자도 누웠다. 

 

개미들이 처음보는 언덕이 생겨서 자꾸 올라오는 것을 제외하고는 잘만 했다. 그렇게 3시에 알람을 맞춰 놓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자면서 자꾸만 몸이 팔과 발목이 가려워서 잠에서 깼다. 개미인가 보다 해서 무시하고 그냥 잤다. 피곤한 것이 더 먼저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되서 일어났더니, 팔이 빨간 것이었다. 혹시나 풀독이 오른 것이나 가만히 내비두고 만져보고 했는데, 알보니 탄 것이었다... 그것도 얼국무늬로 실수였다. 현지인들이 누워자길래 나도 적응할려고 따라했다가 화상을 입을 뻔했다. (내일 19일이 되서야 쉐어홈으로 들어가 안 사실이지만, 얼굴이 다 탔다. 정말 홍당무가 다름 없었다.) 

 

이곳도 심심해져서 캥거루를 보러 다른 공원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른쪽 발목이 아픈 것이었다. 가끔씩 아팠는데 이때 다시 도지다. 결국 중간에 가다가 포기했다. 벤치에 앉아서 6시에 Noveena를 보기로 해서 기다리기로 했다. 이런 만남은 또 처음이었다. 인터넷 상으로 만나다가 실제로 만나서 얼굴을 보게 되다니. 참으로 이상했지만 한편으로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이국에서 만난 같은 아시아인이라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그녀는 내가 고기를 먹고 싶다는 것을 알고 스테이크 집으로 갔다. 그리고 가격에 놀랐다. 스테이크가 19.5$이었다. 나는 호주에 와서 처음 먹는 그리고 친구가 추천해주는 첫 음식점이었기 때문에 그냥 통크게 먹기로 했다. 햄버거(6.5$)도 시키고 콜라(4$)도 시켜서 30%를 냈다. 으마으마 했다. 그렇게 쓴 돈의 양에 대한 기대보다 음식의 맛은 별루였다. 하... 스테이크만 시킬껄... 엄청나게 oily했다... 식당에서 그녀와 저녁을 먹으면 무슨 일을 하며, 가족은 어떻게 되며 같은 기본적이고 간단한 미래계획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음식을 먹고 대화를 하다보니 8시가 가까워 졌다. 비행기는 10시 55분이었지만, 혹시 몰라서 미리 가기로 했다. 그녀가 시드니로 가는 비행기는 Terminal 3라고 말하고 나의 케리어가 Terminal 3에 있냐고 묻자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녀는 나를 버스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고 저 버스까지 타라고 안내해 준 뒤에 우리는 서로 헤어졌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8시 50분 쯤되었다. 나는 내 케리어를 찾으러 cabinet으로 가는데 뭔가 이상했다. 터미널 안쪽이 내가 알던 광경이 아니었고 터미널 바로 앞에 보이던 거대한 관제탑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인천 공항처럼 조금 떨어진 곳인 것 같아서 공항 안과 밖을 뛰어 다녔다. 그런데 이곳은 전혀 모르는 곳이었다. 이쯤되니 정신이 멍해지고 자포자기가 되버리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경찰들이 오더니 무슨 일이길레 그렇게 뛰어다니냐고 물어왔다. 다는 흥분되고 당황한 말투와 서투른 영어로 "!$ㅛ%^$%$%^&%^$%%&%$^##@!@#$*^&&)*&(" 라고 했다. 경찰은 차분하라면서 예약한 티켓이 있으면 꺼내보라고 했다. 마침 인터넷에서 안 뽑아가도 전혀 지장 없지만 뽑아가면 어딘가 도움이 된다는 글을 보고 뽑아놓았었다. 그게 여기서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경찰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T3, T4이고 너가 케리어가 있는 곳은 T1, T2라는 장소라는 것이었다. 이 때 깨닭았다. 왜 그렇게 공항이 작았는지 4개로 나누어 졌기 때문이었다. 갑자스러운 깨달음에 찰나의 희열을 느꼈지만 곧 바로 착찹하고 허망한 마음이 내려앉았다. 경찰들은 이 곳과 그 곳의 거리가 20km나 된다고 했다. 망했다. 정말로 망했다. 어머님, 아버님 죄송해요. 이 자식 이렇게 인생을 말아 먹... 그런데 경찰들이 자신을 따라오라면서 가는 차가 있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택시 쪽으로 끌고 가는데... 그래 비행기 값에 비해 이건 껌... 아니 스테이크 4개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택시를 지나치더니 버스 정류장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리고 바로 오는 버스에 나를 태우면서 "이 버스를 타면 1~20분이면 도착한다. 그리고 다시 이 버스를 타면 이곳에 도착할 수 있다."라는 말을 했다. 나는 (마음의)눈물을 흘리며, 경찰관의 손을 꼭 잡고 정말로 고맙다고 했다. T1에 도착해서 케리어를 되찾고 다시 버스를 타기 위해서 기다렸다. 버스를 타는 것도 어느 안내원의 도움으로 다른 버스를 탈 뻔 한 것을 막을 수 있었다. T3으로 향하는 버스 안, 시간은 9시30분 이었다. 인천공항에서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아직은 늦지 않았지만 촉박했다. 9시 50분에 버스기사에게 3번이 물으면서 T3인 것을 확인하고 내리고 나서 달렸다. 그런데 check-in하는 곳에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빨리 좀 제발 부탁이니까 어서 check-in하라고 큰소리로!!! 마음 속에 내질렀다. 답답한 상황은 승객들은 안 줄고 있는데 check-in을 하는 안내원들은 줄고 있었다. 미치는 줄 알았다. 50분 남았는데, 승객은 느릿느릿하게 짐을 올리고 이야기하고, 안내원들은 퇴근하고... 아 이래서 행복한 거구나 라는 뜬금없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반 쯤 포기한 상태에서 갑자기 쭉쭉 승객들이 빠지더니 내 차례가 왔다. 30초 만에 check-in하고(이걸 5분씩이나 한다고?) 가방을 검사를 위한 검사대로 달렸다. 앞에 있던 사람들의 수보다 적은 수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것도 검색대 단 1개에. 내 안의 나는 계속해서 "빨리 빨리 빨리"를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검색대를 통과 하고 나서 나머지 작업인 여권에 도장 찍고 게이트 도착을 위해서 달렸다. 그런데 검색대에서 게이트까지 아무것도 없이 3분만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있었다. 왜 사람들이 그렇게 느긋하게 행동했는지를... 아... 경찰들한테 감사 인사나 한 번 더 하고 올 걸 ㅠㅠ. 그리고 시드니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또 새벽 비행기구나. 이번에는 정말 10초만에 잠들었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승무원이 안전벨트와 구명조끼 설명하는 것도 못듣고 잠을 잤을까... 그런데 너무나 깊에 잠을 잤던 걸까? 눈을 뜨고 보니 중요한 것이 떠올랐다.

 

다음 편에 계속

 

(여행은 이런 묘미인 것일까? 항상 포기할려고 할 때, 한 줄기 희망이 보이면서 간신히 위기를 헤쳐나가게 되는 것 같다. 여행은 참으로 사람을 성장하도록 만드는 것 같다.)

(항상 초행길은 최소 1시간에서 2시간 정도의 시간 여유를 남겨 놓고 움직이자. 이번 퍼스 공항에서 배운 교훈이다.)

(만약에 내가 돈이 무척이나 많은 상태에서 T1와 T3의 거리가 상당하는 것을 알았다면 어떤 행동을 했을까? 아마도 택시를 탔을 것이다. 간단하게 돈 주고 택시를 타고 케리어를 가지고 왔을 것이다. 그러면 걱정도 없고 편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을까? 매우 당황하고 긴박해 보이는 한 외국 소년을 도와준 경찰들, T3로 돌아가는 버스를 알려준 안내원, 그리고 버스기사 분들의 도움과 고마움. 어쩌면 돈이 정말 사람을 삭막하고 건조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순환버스 안에서 이를 생각해 보았다.)

(사진 좀 찍어야 겠다... 이야기는 많은데 사진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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