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책 리뷰

고도를 기다리며 by 사뮈엘 베케트

김 정 환 2020. 3. 1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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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음대로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도 이전의 '수레바퀴 아래서'와 함께 같은 시기에 읽고 있던 책입니다. 그리고 읽기를 중단하고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다른 책을 더 읽고 싶어서 이 책을 처음부터 읽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어설프고 중간이 많이 빠진 리뷰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을 하는 이유는 '고도를 기다리며' 책을 기억하고 싶어서 입니다.

 

 

 

 

 

줄거리 시작...

제 1 막

시골의 어느 벌판, 나무 한 그루만 서있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고도라는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이들은 계속해서 대화를 주고 받는다. 그러다 포조라는 사람이 하인 럭키와 함께 나타난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태도를 취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한다. 하인 럭키는 주인이 시키는 일에 몸을 움직이고 복종한다. 포조와 럭키는 떠나고 한 소년이 찾아온다. 소년은 고도의 심부름으로 왔다고 하고 오늘 고도가 올 수 없어서 내일 보자는 말을 하러 왔다고 한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내일 다시 오기로 한다.

 

제 2 막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가 다시 나타난다. 둘은 다시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블라디미르가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에스트라공에게 묻자 그는 잊어버렸다고 말한다. 그들은 다시 계속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가 에스트라공은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에스트라공 : 제일 좋은 길은 날 죽여주는 거다. 다른 놈처럼.

(생략)

에스트라공 : 그래, 그 동안 우리 흥분하지 말고 얘기나 해보자꾸나. 어차피 침묵을 지킬 수는 없으니까.

블라디미르 : 맞아. 끊임없이 지껄여대는 거야.

에스트라공 : 그래야 생각을 안하지.

블라디미르 : 지껄일 구실이야 늘 있는 거니까.

에스트라공 : 그래야 들리지 않지.

블라디미르 : 우린 나름대로 이유가 있으니까.

에스트라공 : 모든 죽은 자들의 목소리가......

 

블라디미르는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에스트라공과 이야기 해보려 하지만 에스트라공은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이전에 말한 것을 잊어버리고 대화가 논리적이지 않고 헛소리처럼 말을 계속 한다. 그리고 에스트라공은 블라디미르에게 자주 무엇을 해야하는지 묻는다.

 

에스트라공 : 참 그렇지. (사이) 그럼 무얼 한다?

 

그 때 마다 블라디미르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려주고 또 상기시켜준다. 그러다가 포조와 하인 럭키가 다시 나타난다. 블라디미르는 그들에게 어제 만났던 사건에 대해서 묻자 포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이 사라지고 어제 나타났던 소년이 다시 나타난다. 블라디미르는 포조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소년에게 어제 만난 일을 기억하는지 묻자 소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소년 : 아저씨...... (블라디미르가 돌아선다) 알베르 아저씨는......

블라디미르 : 다시 시작이로구나. (사이. 소년에게) 너 나 모르겠니?

소년 : 모르겠어요.

블라디미르 : 너 어제도 왔지?

소년 : 아니오.

블라디미르 : 그럼 처음 오냐?

소년 : 네.

 

(중략)

소년 : 고도씨에게 가서 뭐라고 할까요?

블라디미르 : 가서 이렇게 말해라. (말을 중단) ......나를 만났다고 말해라. (생각한다) 그냥 나를 만났다고만 해. 틀림없이 넌 나를 만난 거다. 내일이 되면 또 나를 만난 일이 없다는 소리는 안하겠지?

 

그리고 그들은 내일 다시 오기로 한다. 

 

 

 

 

 

 

읽으면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으면서 가장 지배적이었던 생각은 '왜 이들은 계속 헛소리만 하는 걸까?'이다. 그들의 대화 내용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고 쓸데없이 계속된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볼펜으로 물음표를 표시를 만들어 놓은 곳이 상당히 많다. 1 막에서 그들의 헛소리가 끝나고 2 막에서는 새로운 사건이 전개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1 막과 큰 차이가 없는 전개가 이어졌다. 다만, 블라디미르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제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헛소리를 하는 이유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에스트라공이 죽음에 대해서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는 죽으면 모든 것이 그만이라는 말은 한다. 즉, 죽으면 이렇게 지껄이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이 계속해서 지껄이는 이유는 살기 위해서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논리도 필요 없고, 유익함도 필요 없이 단지 살기 위해서 입 밖으로 말을 꺼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에스트라공은 생각하는 것을 멈춘다.

 

에스트라공 : 그래야 생각을 안하지

 

에스트라공 : 모르겠다.

 

블라디미르 : 생각안나냐?

에스트라공 : 피곤하다.

 

그렇기 때문에 에스트라공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른다. 이때마다 블라디미르는 그를 챙겨준다.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려주고, 먹을 무 또는 당근을 주고, 신발도 신겨주고, 자장가도 불러주고 우발적인 행동을 절제신다. 이 둘은, 아니 모든 캐릭터와 블라디미르는 극 중에서 다소 반대 성향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포조와의 대화에서 알 수 있다.

 

포조 : (버럭 화를 내며) 그놈의 시간 얘기를 자꾸 꺼내서 사람을 괴롭히지 좀 말아요! 말끝마다 언제 언제 하고 물어대다니! 당신, 정신 나간 사람아니야? 그냥 어느 날이라고만 하면 됐지. 여느 날과 같은 어느 날 저놈은 벙어리가 되고 난 장님이 된 거요. 그리고 어느 날엔가는 우리는 귀머거리가 될 테고. 어느 날 우리는 태어났고, 어느 날 우리는 죽을 거요. 어느 같은 날은 순간에 말이오. 그만하면 된 것 아니오? (더욱 침착해지며) 여자들은 무덤 위에 걸터앉아 아이를 낳는 거지. 해가 잠깐 비추다간 곧 다시 밤이 오는 거요. 

['여자들은 무덤 위에 걸터앉아 아이를 낳는 거지' 라는 문구가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생각해보다가 찾아보니 '여자들은 목숨을 걸고 아이를 낳는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렇게 과거의 사건을 잊어버리고 구체화 하지 않는 인물들은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르고 같은 일을 반복한다. 하지만 블라디미르는 유일하게 과거의 일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있었다. 마지막 소년과에 대화에서는 블라디미르는 과거의 일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소년이 할 말을 미리 알 수 있었다.

 

블라디미르 : 고도씨가 보낸 거지?

소년 : 네

블라디미르 : 오늘 밤에는 못 오겠다는 얘기겠지?

소년 : 네

블라디미르 : 하지만 내일 온다는 거고?

소년 : 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알 수 없는 행동을 한다.

 

블라디미르가 모자를 벗는다. 럭키의 모자다. 그는 모자 안을 들여다보고 손을 넣어보고 흔들어본 다음 다시 쓴다.

 

럭키는 생각없이 주인의 말을 따르는 인물로 그의 모자를 블라디미르가 들여다보고 손을 넣고 흔들어 보았는지... 모자를 머리라고 생각해야 할까? 혹시 아는 분이 계시다면 댓글로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은 내일 다시오기로 한다. 만일 내일이 제 3 막이라고 한다면 이전 막들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전개가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블라디미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 것 같다.

 

하나 일화를 소개하자면, 이 책을 읽고 있는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는데 하나 같이 "고도는...", "고도는 누구인가..."라는 말을 하길래 무슨 소리를 하는지 궁금했었다. 다행스럽게도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건 이 책을 다 읽었을 때에는 고도가 등장하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도 이 자식은 등장하지 않았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이전의 통속극들과는 너무나 달랐던 형식이여서 당시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한다. 작품의 내용과 형식이 매우 새로워 관객들은 충격 속에서 그 의미를 파악하려고 애썼으며 신문과 방송은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하여 그 해답을 찾으려 했지만 허사였다고 한다. 한 가지 유명한 일화는, 미국에서 초연 때 연출자 알랭 슈나이더가 베케트에게 고도가 누구이며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묻자 베케트는 "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 있다. 그리고 수 많은 사람들이 고도는 빵이다, 자유다, 희망이다, 신이다 등과 같은 해석을 쏟아냈다. 그래서 나도 하나의 해석을 내놓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고도는... '내가 기다리는 무엇'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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