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Asia - Russia

[나 혼자 지구 한 바퀴] 25.09.2018 시베리아 열차 안에서

김 정 환 2020. 3. 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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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았다. 근데 아침인지 모르겠다. 모스크 시간으로는 4시 30분 정도를 가리키고. 그렇다는 건 이르쿠츠시간으로는 9시 30분인데. 나는 점점 모스크바 쪽으로 가고 있으니, 아침이 맞기는 한 것 같지만. 4시 30분이라는 시간과 9시 30분이라는 시작적인 정보가 나의 사고를 혼잡하게 한다. 이런 걸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느낄 수 있다.

 

아침에 따뜻한 물과 책 그리고 풍경.

 




잠시 어느 역에 도착하길래, 답답하기도 한 것 같아서 내렸다. 열차는 똑같은 모습인데 다른 역에 나는 도착해있구나.

 




반대편에서 '곤니치와, 곤니치와' 소리가 들린다. 괜히 고개를 돌렸는데, 나를 가리키는 것 같았다. 아놔 이 친구들 참나 저 한국 사람인데요? 라고 할려고 다가갔다.

 

꼬레아 꼬레아 하면서 말하길래 알아들은 줄 알았다. 그럼 인증샷 찰칵!




흠.... 24시간이 넘어간다. 지루하지는 않았다. 사색에 잠기고 책도 읽고 미리 받아두었던 라이도를 통해서 인문학에 대한 지식도 들을 수 있어서 였다. 그런데 말하고 싶은 충동이... 

 

자리에 앉아서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데, 한 아저씨가 앉았다. 어제부터 계속 인상을 팍팍 쓰면서 나를 가끔 쳐다보던 아저씨였다. 흠... 말이 안 통하니 그냥 서로 창 밖을 보았다. 그러다가 아저씨가 쿠키를 꺼내오시더니 찢어서 먹으라는 것이었다. 완전 새침때기 인 줄 알았다. '먹어'하고 자기는 창밖을 보는 건 뭘까? 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동물 모양의 귀여운 쿠키. 아저씨 혹시 소녀 감성? 이걸 이용해서 러시아 단어 공부를 했다. 말도 조금 하고..

 

Bird = pitisa

Elephant = slon

Fish = ryby

Rabbit = zaiat

 

몇 번하고 재미없어 보이셔서 그냥 먹기만 했다. 얌...얌... 맛은 있네...




이렇게 먹기만 하다가, 옆에 계신 노부부께서 말을 걸어왔다. 부인의 이름은 Valentina와 남편의 이름은 Anaddoli 였다. 카자흐스탄이라고 말을 뱉으셨다. 내가 카자흐스탄 간다는 말을 들으신 것 같았다. 그리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시더라. Korea라고 했는데 잘 모르시길래 Google map을 이용해서 보여드렸다. 그리고 갑자기 '김치맨!' 이러시는 거였다. 빵터졌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네네 저 김치맨입니다 라고 했다. ㅋㅋㅋㅋ 졸지에 김치남이 되었지만, 알아봐 주셨셔 고마웠다.

 

 

 

그나저나, 나는 언제 도착하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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